2008년 12월 22일
Localization 기반의 Globalization을 위해서
세계화가 기업 성공의 키워드가 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세계화의 핵심요소는 무엇일까? 생산과 공급 능력 위주의 세계화 담론이 진정한 “현지화”로 넘어가고 있다. 기업이 생산하는 각종 문서의 세계화는 성공적인 현지화에 기반을 두어야 함을 설명하고자 한다.
세계 경제의 침체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회의론이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구분하지 않고 세계화가 “좋다” 또는 “나쁘다”는 극단적인 의견을 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전혀 다른 프레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완전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하나의 이론으로 국가간 무역을 제한하는 것을 최소화하여 전세계가 동일한 경제권에서 동일한 규칙에 따라 자유 경쟁을 하면 각 경제주체의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전체적인 부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비판을 받는 것은 모든 국가가 경제력에 있어 동일한 역량을 가진 것이 아니므로 자유 경쟁을 하면 부국들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시장을 조정할 수 있는 위험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세계화는 교통, 통신 등의 발달로 인해 전 세계가 공동 생활권에 있을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먼저 세계를 상대로 경영할 수 있는 국가나 기업이 더 빨리 발전할 수 있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신자유주의는 선택하는 것이지만, 세계화는 피할 수 없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국제화, 세계화를 부르짖기 이전부터 많은 기업은 세계화를 화두로 사업을 해 왔다. 자국 시장에서 성장하는 것의 한계를 쉽게 예측하고 지속적인 성장의 길이 세계화에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국내 많은 대기업이 지금의 성공을 이룬 것은 자사 사업의 세계화에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기업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세계화에 비약적인 진전을 보인 것은, 이 시기의 세계화 이슈는 “생산 –> 품질”이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낮은 가격에 다량의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파는 것으로 매우 높은 성장율을 기록했고, 이 성공을 기반으로 품질향상을 이루어 2000년 전후로 세계 1위 제품을 쏟아 놓아 중흥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보통신 환경의 발전으로 생산자 중심의 세계화는 비판을 받고 소비자 중심의 세계화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 TC 기업의 연합인 Tekom에서는 벌써 수년 째 세계화 속에서 무시되고 있는 소비자의 편리성, 알 권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생산자의 “원가 절감” 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은 10여개국어 이상으로 인쇄된 사용자 설명서를 보기도 하고, 적은 분량의 매뉴얼 때문에 소비자가 알아야 하는 정보가 빠져 있거나, 자국 문자로 되어 있으나 영어적 표현이 지나치게 많아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는 일이 흔해 진 것이다. 이에 이제 초점을 소비자에게 옮겨 소비자가 알아보기 쉬운 제품 UI와 매뉴얼이 제공되어야 하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효과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정보 자체의 충실성을 논외로 한다면, 소비자 중심의 정보 전달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세계화(Globalization)이라는 명목하에 제대로 현지화(Localization) 되지 않은 매뉴얼이 소비자에게 제공된다는 것이다. 공급자의 이익을 위해 원가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너무 간결한 표현, 영어 중심의 불친절한 현지어 표현 등이 수년간 누적되어 소비자를 무시한 매뉴얼이 되고 있다. 그 동안 세계화 비용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한 ‘Template 기반의 글쓰기’, ‘Translation Memory’ 등이 지나치게 사용되어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기업의 문서 제작 및 세계화 비용 증가를 최소화 하면서도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세계화를 할 수 있을까? 각 지역 소비자들이 매뉴얼이 자신에게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언어 차이를 무시한 영어식 표현이라는 것에서 착안한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화 전 과정을 다시 살펴 보고 진정한 현지화를 기반한 세계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문서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먼저 Global English 문서를 만들어 내는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과정이 필요하다. 어느 언어로 현지화 하던 기준이 되는 언어는 당연히 영어여야 하고, 그 영어는 지역에 따라 차이 없이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영어 단어와 표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서는 현지화를 위해 다루기 쉬운 문장과 단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Writing for Transl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문서를 구조화하여 현지화 할 때 지역별,언어별로 다른 내용을 적용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이다. 즉 작성 단계부터 지역(Locale) 의존적인 문장과 독립적인 문장을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 좋다. 최근 Information Modeling 방법론에서 권하는 것처럼 주제(Topic) 중심으로 구조화하여 문서를 작성한다면 문장의 재사용 및 활용 비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지역별로 다른 문장을 관리하기도 편리해 진다. 문서를 위한 대표적인 Information Modeling 기법으로는 Docbook, DITA 등이 있다. 그런데 Docbook은 지나치게 책 중심, DITA는 대량의 문서가 있는 거대 조직에 적합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으므로 각 조직에 맞는 Information Modeling 방법론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 Information Modeling이라는 이름 때문에 너무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장 기본적인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매뉴얼의 목차를 2~3 수준까지 표준화 하고 문서의 종류, 출판의 종류, 문서 각 모듈의 속성 등 기본적인 항목에 대한 조직 고유의 기준을 메타데이터화 해 두는 정도로 적용하기만 하더라도 큰 생산성의 향상을 거둘 수 있다.
이렇게 잘 갖추어진 문서 제작 체계 하에서는 지역화를 고려한 정보를 포함하기 훨씬 쉬워진다. Information Modeling에 의해 주제별로 분화된 콘텐트에 지역별 속성을 추가하여 정보관리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과 연동하여 사용한다면 생산성과 현지화 수준 모두를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서 체계 및 구조 설계와 이에 따른 솔루션 구축이라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의 많은 기업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에 머물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로 보면 미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DITA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활용한 만큼 활성화하기 위해 표준화 기구를 통해 확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미국에 비해 SW 대기업이 적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표준화 된 문서 개발 체계를 갖고 있으므로 일단은 저항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문서 저작과 편집, 번역을 모두 XML 기반으로 최적화하고 용도에 맞는 가벼운 CMS를 도입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FrameMaker에서 조직의 필요를 반영한 XML 기반으로 저작한 후 XML 기반 번역을 지원하는 Across Language Server에서 번역을 하고, 이런 저작 및 번역 콘텐트를 가벼운 CMS와 연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비용 절감과 소비자 맞춤(현지화)이라는 상반되어 보이는 두 요소를 만족시키는 어느 지점에서 Technical Communication 산업의 Business Innovation 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한국 기업 내에서 문서 관련 업무/사업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면 매우 먼 이야기 같으나 다른 어느 분야보다 오랜 동안 산업을 형성하고 필수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데 착안한다면 이 분야의 Business Innovation이 지금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 by | 2008/12/22 07:58 | 커뮤니케이션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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